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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련한 사랑 <썸머 스토리>, 그리고 <사과나무>
    하루하루_음식과 문화... 2024. 3. 2. 23:45

    오래전에 한 영화를 보았습니다. 텔레비전에서 우연히 본 영화입니다. 눈물을 흘리며 감동적으로 본 영화였습니다. 끝내 이루지 못한 인연과 사랑, 그리고 미련에 대한 아련함과 씁쓸함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은 영화였습니다.

    그동안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그 영화가 문득 떠올랐습니다. 그 영화를 떠올리자마자 그 영화에 대한 그리움이 물밀 듯이 밀려왔습니다. ‘혹시 있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여기저기로 그 영화를 찾아다녔습니다. 그리고 결국 찾아냈습니다. 역시 있었습니다. 한 군데에서 그 영화를 찾았습니다.

     

    기나긴 세월이 흘러서 다시 보아도 참 좋았습니다.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그때의 감동과 여운이 그대로 다시 느껴졌습니다.

    사실 이 영화는 제목부터 지금의 계절감에 전혀 맞지도 않고 내용도 지금의 사회 분위기나 트렌드에 어울리지도 않는 영화입니다.

    영화를 보면서 오랜 기억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저처럼 이 영화에 큰 감동을 받고 이 영화를 정말 좋아하던 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서로 같은 영화를 좋아한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신이 나서 영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러다가 어떤 장면에서 서로의 기억이 명백히 엇갈렸습니다. 아무리 기억을 되살려 보아도 그 친구는 자신의 기억이 맞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저도 아무리 생각해도 제 기억이 맞는 것 같았습니다. 당시에는 그 영화를 다시 보고 그 장면을 확인할 길이 없었기에 서로 찜찜한 느낌만 남긴 채 그 일은 흐지부지되었습니다.

    그 일이 떠오르자, 이제야 그 장면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영화를 다시 본 기념으로 얼른 그 장면을 확인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에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그런데 그 장면이 기억나지 않습니다. 아무리 기억을 쥐어짜 내어도 어떤 장면에서 서로의 기억이 엇갈렸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이제는 그 친구와 연락이 닿을 길이 없으니 영원히 이 일은 묻혀 버리게 되겠지요. 답답한 마음도 마음이지만, 그 엇갈린 장면을 잃어버린 기억이 마음을 더 아프게 합니다.

     

    이 영화는 <썸머 스토리(A Summer Story)>입니다. 한 나이 든 신사가 아내와 함께 여행을 하다가 다트무어(Dartmoor) 지역을 지나가게 됩니다. 무심코 자동차에서 내려 주변을 둘러보던 노신사는 이곳이 오래전 자신의 추억이 깃든 장소라는 것을 깨닫게 되지요. 이렇게 노신사는 오래된 낡은 추억 속으로 빠져들어 갑니다. 어느 여름, 케임브리지 대학교에 다니는 프랭크라는 청년이 친구와 함께 여행하다가 발목을 다쳐 한 시골 마을에 머무르게 됩니다. 그러다가 그곳에서 만난 시골 아가씨인 메간과 사랑에 빠지지요.

    영화의 배경이 되는 데번(Devon)의 다트무어 지역의 전원 풍경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데번은 영국 잉글랜드의 남서부에 자리 잡은 주로 데번셔라고도 부릅니다. 아름다운 경치뿐만 아니라 소박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에 날씨도 따뜻하여 머물러 쉬기에 참 좋은 곳이지요. 영화 속의 프랭크도 그곳에서 머물러 쉬면서 인생의 큰 변화를 겪게 됩니다.

     

    이러한 저만의 긍정적인 느낌과 경험으로 한 친구에게 이 영화를 자신 있게 추천했습니다. 하지만 그 친구는 영화에서 별 느낌을 받지 못했나 봅니다. 친구가 제가 보라고 알려 준 영화를 재미있게 보았거나 크나큰 감동을 느꼈다면 저도 기분이 좋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보니, 제 기분도 가라앉고 의기소침해집니다. 역시 추천이라는 것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닌 듯합니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이지요. 다른 사람들은 큰 감동을 받은 작품이라는데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할 때도 있으니까요.

    누군가에게는 눈물을 쏙 빼놓는 위대한 사랑 이야기이더라도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사랑 이야기를 다룬 영화로 전락하기도 합니다. 또 누군가에게는 뛰어난 문학 작품을 훼손시킨 졸작 영화로 기억되기도 하겠지요.

     

    <썸머 스토리>는 문학 작품을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좋아하는 영화였는데도 이 중요한 사실을 몰랐습니다.

    예전에는 전혀 몰랐었던 새로운 사실에 당황스럽습니다. ‘왜 나는 이제까지 몰랐을까?’ 하는 당혹감과 함께 자책감이 몰려듭니다. 하지만 곧 생각을 다잡습니다.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어 즐겁다고 스스로 위로합니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알게 되어 다행이라고 좋은 점도 있다고 애써 생각합니다.

     

    존 골즈워디(출처: Wikimedia Commons)

     

    영화 <썸머 스토리><사과나무(The Apple Tree)>를 원작으로 하여 만든 영화입니다. <사과나무>를 쓴 작가는 존 골즈워디(John Galsworthy)입니다. 이러한 사실들을 알 턱이 없었습니다.

    존 골즈워디는 영국의 소설가이자 극작가(1867~1933)입니다. 자유주의와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사회의 모순을 낱낱이 파헤친 소설과 희곡을 많이 썼습니다. 이러한 작가가 <사과나무>라는 아련한 사랑 이야기를 남겼다니, 조금은 믿기 어렵습니다. 존 골즈워디는 1932년에 노벨 문학상도 받았습니다. 대표적인 작품에는 장편 소설 <포사이트가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사과나무>는 존 골즈워디의 단편집 중의 하나인 <캐러밴(Caravan)>에 실려 있다고 합니다. 이 책은 무척 구하기가 어렵다고 하는데, 구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썸머 스토리>를 다시 한번 보려고 합니다. 배경지식이 많아진 만큼 영화가 달리 보일 듯합니다. 그래도 사랑의 아련함과 씁쓸함에 대한 느낌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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