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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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어디에서라도 다시, 어린 왕자여행 2024. 2. 17. 00:07
누군가는 6년 전, 사하라 사막에서 비행기가 추락했을 때, 어린 왕자를 만났습니다. 누군가는 오늘, 어느 작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실 때, 어린 왕자를 만납니다. 6년 전의 어린 왕자는 양의 그림을 그려 달라고 하였습니다. 오늘의 어린 왕자는 여우와 함께 뒤돌아 앉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어린왕자의 머리카락도 휘날리는 머플러도 삐죽 올라간 여우의 꼬리도 모두 모두 자유롭습니다. 아마도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석양을 즐기고 있는 듯 보입니다. 어린 왕자의 곱디고운 뒤태에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어느 순간, 어린 왕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뒤돌아보며 무슨 말이라도 건넬 것 같습니다. 어린 왕자를 만나러 길을 나섭니다. 어느 거리에서 꽃과 같이 서 있는 어린 왕자를 만납니다. 속의 명대사와 함께 다가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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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어느새 눈으로, 화성 성신사에 닿은 발걸음여행 2024. 2. 16. 01:36
비가 오면 마음이 들썩들썩합니다. 비 내리는 날, 여행에 나섭니다. 어느새 비는 눈으로 모습을 바꿉니다. 더욱더 마음이 설렙니다.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가만히 올려다봅니다. 눈이 내리는 속도가 이렇게 빨랐던가요? 눈이 내리는 속도감에 깜짝 놀랍니다. 눈이 내리는 속도, 초속 5센티미터일까요? 고개를 한껏 젖히고 하늘의 눈만 바라봅니다. 눈이 마구 달려듭니다. 어질어질하다가 휘청합니다. 하지만 기분 좋은 현기증입니다. 그렇게 눈에 심취하다가 어느 사당에 이르렀습니다. 화성을 지키는 신이 있다는 것을 아시나요? 바로 성신(城神)입니다. 정조는 화성이 거의 다 세워질 즈음, 화성을 지키는 신을 위한 사당을 지으라고 명령합니다. 그리고 손수 축문을 지어 내렸습니다. 이에 서둘러 짓기 시작하여 1796년 9월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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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막사의 또 다른 문화재 보물들여행 2024. 2. 15. 00:07
삼막사에는 삼막사 마애삼존불, 명부전, 삼귀자 외에 또 다른 문화재 보물들이 있습니다. 삼막사에 들어서면 삼층석탑이 눈길을 끕니다. 삼막사의 삼층석탑은 2중으로 이루어진 받침돌 위에 세 층으로 몸돌과 지붕돌을 올린 고려 시대의 석탑입니다. 석탑은 목탑이나 벽돌탑과는 다른 매력이 있는 듯합니다. 둔중한 무게감이 있지만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느낌이 왠지 좋습니다. 이 삼막사 삼층석탑에는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고려의 제23대 왕인 고종 19년(1232년), 용인에서 벌어진 처인성 전투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에 승려이자 장수인 김윤후가 몽골 제국 원나라의 장수 살리타를 물리치고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이 역사적인 전투를 기념하여 세워진 탑이 바로 삼막사 삼층석탑입니다. 그런데 이 삼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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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에서 본 삼막사여행 2024. 2. 14. 16:53
한번 멀리에서 보았다면 가까이에서도 보아야겠다는 생각에 다시 길을 나섭니다. 이번에는 삼막사를 가까이에서 보았습니다. 이번 삼막사 여행의 시작점도 관악역입니다. 관악역에서 안양예술공원 방향으로 걷다가 삼성산으로 오르기 시작합니다. 발걸음은 위로 위로 점점 높아져 갑니다. 능선으로 올라서서 삼막사로 향합니다. 오랜 옛날, 스님들도 걸었을 법한 산길을 따라 걷습니다. 스님들은 어떤 마음으로 이 길을 걸었을까요? 산길은 겨울 길이 되었다가 봄 길이 되었다가 여러 번 옷을 갈아입습니다. 아직 눈과 얼음이 남아 있는 겨울 길도 반갑고 봄 햇살에 녹은 진흙 길도 설렙니다. 아직은 겨울 길이 더 남아 있기를 바라면서 길을 재촉합니다. 삼막사가 점점 가까워집니다. 원효 스님이 의상 스님과 윤필 거사와 함께 세웠다고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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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곰소와 오늘의 젓갈여행 2024. 2. 9. 22:13
오래전의 어느 날, 곰소에 간 적이 있습니다. 정확한 날짜도 그때의 계절도 그곳까지 흘러들어가게 된 이유도 잘 생각나지 않습니다. 아마도 당시에는 그곳이 곰소라는 것도 잘 몰랐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선명한 기억 하나가 있습니다. 양쪽 길가로 빼곡하게 늘어서 있던 가게들을 보았던 기억입니다. 바로 젓갈을 파는 가게들이었습니다. ‘곰소’란, 심마니들만의 은어로서, ‘소금’을 뜻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곰소항[熊淵港]에 대해 좀 더 알아 가다 보니, 곰소[熊淵]라는 이름에 또 다른 뜻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치 곰같이 생긴 두 개의 섬, 그리고 그 섬의 앞바다에 깊은 연못, 즉 소(沼)가 있기 때문에 생긴 이름이라는 것입니다. 곰소항[熊淵港]은 전라북도 부안군의 진서면에 위치해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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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본 겨울 풍경 속의 삼막사여행 2024. 2. 8. 22:36
저 멀리서 삼막사가 부릅니다. 멀리서 보니 더 아름답습니다. 눈과 함께하니 더욱더 신비롭습니다. 삼막사는 안양 삼성산에 있는 절입니다. 본사, 큰절인 용주사의 말사(末寺), 작은 절입니다. 삼성산 산행은 지하철 1호선 관악역 2번 출구에서부터 시작됩니다. 호젓한 지하철역에서 바깥세상으로 나오면 산으로 향할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습니다. 이윽고 안양예술공원 쪽으로 힘차게 발을 내딛습니다. 삼성산 능선으로 올라서서 전망대로 향합니다. 제1전망대의 정자를 지나 제2전망대를 걷습니다. 학우봉을 바라보다 능선 쉼터에서 한숨을 돌립니다. 그리고 천천히 숲길로 내려옵니다. 쭉쭉 뻗은 나무들에 심취해 있는 사이, 무언가를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 뒤를 돌아다보았습니다. 그것은 바로 삼막사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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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애불’ 아니라 ‘마애종’, 삼성산에서 만난 겨울 풍경여행 2024. 2. 7. 20:58
입춘도 지났으니 날씨가 조금 따뜻해질까요? 찬바람이 쌩쌩 불어오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전날 내린 눈으로 산 풍경이 사뭇 달라집니다. 생각지도 못한 날씨의 변덕 덕분에 강원도에 가지 않고도 깊고 깊은 겨울 산을 만납니다. 더 반갑고 더 아름답습니다. 마애종 옆길로 올라가서 능선 쉼터를 거친 다음 삼막사숲길을 타고 내려올 생각입니다. 그 전에 꼭 보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마애종입니다. 마애종 옆길로 올라가기 전 마애종을 감상합니다. ‘마애불’이 아니라 ‘마애종’입니다. ‘마애’란 바위벽에 그림 또는 문자를 새기거나 파낸 것을 뜻합니다. 마애불은 많이 들어 보았지만 마애종은 처음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안양 석수동 마애종은 우리나라 유일의 마애종이라고 합니다. 마애종은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석수동에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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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봉길 의사가 시인이라는 것을 아시나요?여행 2024. 2. 5. 02:09
보통 우리는 윤봉길 의사를 이렇게 알고 있습니다. “1932년 4월 29일, 훙커우 공원에서 일본 천황의 생일을 기념하는 천장절 축하 행사가 열립니다. 이 축하식장에 한 청년이 가슴에 폭탄을 품고 들어옵니다. 그리고 이 청년은 폭탄을 연단을 향해 힘껏 던집니다. 이렇게 우리 민족의 힘과 독립 정신을 널리 알리지요. 그 뒤 청년은 일본 경찰에게 붙잡혀 오사카에서 숨을 거둡니다. 이 청년이 바로 윤봉길 의사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윤봉길 의사가 시를 썼다고요? 윤봉길 의사가 시인이라고요? 윤봉길 의사는 300편이 넘는 한시를 남겼다고 합니다. 부끄럽게도 이제까지 전혀 몰랐던 사실입니다.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윤봉길 의사의 또 다른 모습을 어느 도서관에서 우연히 만났습니다. ‘勸學(권학), 학문을 권하며’라..